마음가짐Studio Ieum

작은 사무실에서 갖는 자존감

처음 빌린 제 작업실은 일곱 평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비가 오면 창틀로 물이 새던 방.

손님이 오면 의자가 하나 모자라서, 제가 서서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저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27년 동안 카메라를 들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작은 사무실 변호사가 느끼는 그 자존감의 문제만큼은, 그 일곱 평에서 똑같이 겪었습니다.

평수가 사람을 깎던 날

한번은 어렵게 찾아온 분이, 방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기… 혼자 하시는 거예요?"

악의는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문장에 하루가 무너졌습니다.

작은 사무실 변호사가 흔들리는 건, 일이 없어서만이 아닙니다. 남의 눈에 비친 내 크기가 자꾸 신경 쓰여서입니다.

큰 빌딩에 이름을 건 동기, 인테리어 사진이 번듯한 누군가의 사무실. 그런 걸 볼 때마다 내 일곱 평이 작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날 저녁, 저는 텅 빈 방에 앉아 한참을 그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 손님이 왜 굳이 4층까지 올라왔는지를 떠올렸습니다. 번듯한 데가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검색하다 제 글 한 편을 읽고, 이 사람이면 말이 통하겠다 싶어서 온 거였습니다.

방을 보고 온 게 아니라, 글을 보고 온 사람이었습니다.

자존감은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

그 밤에 제가 다시 본 건 하나였습니다.

내 자존감을 방에 두면, 방의 평수에 따라 매일 출렁입니다. 그런데 내 자존감을 내가 쌓은 것에 두면, 방이 일곱 평이든 일흔 평이든 흔들리지 않습니다.

번듯한 사무실은 빌린 옷에 가깝습니다.

월세를 못 내는 달이 오면 함께 사라지고, 임대인의 사정에 흔들립니다. 끄는 순간 사라지는 키워드 광고와 닮았습니다. 돈이 흐르는 동안만 커 보이고, 멈추면 도로 작아집니다.

반대로, 검색에 쌓아 둔 글 한 편은 평수를 묻지 않습니다.

분쟁이 생긴 사람이 밤늦게 검색창에 자기 상황을 적을 때, 그 사람은 글쓴이의 사무실이 몇 평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자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인지를 볼 뿐입니다.

광고는 끄는 순간 사라지지만, 검색에 쌓인 글은 비용을 멈춰도 그 자리에 남습니다.

작은 사무실에서도 그 글은 똑같은 크기로 일합니다.

작아 보이는 게 약점만은 아니다

작은 사무실이 불리한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둥글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규모로 안심시키는 카드가 없으니, 첫인상에서 손해를 보는 자리가 생깁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싶습니다. 혼자 하는 사무실은 그 변호사 본인이 곧 전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화를 걸면 담당자를 거치지 않고 곧장 변호사에게 닿습니다. 큰 사무실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일입니다. 작다는 게, 가까움이라는 강점으로 바뀌는 지점입니다.

저도 그 일곱 평에서, 큰 스튜디오가 흉내 못 내는 한 가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손님 한 사람의 얼굴을 끝까지 기억한다는 것. 그건 평수로 살 수 없는 거였습니다.

작아 보이는 자리에서 흔들리는 마음은, 남과 비교하는 밤에서 더 자세히 적었습니다.

다시 그 일곱 평으로

지금도 가끔 그 4층을 떠올립니다.

물이 새던 창틀, 모자라던 의자. 부끄러웠던 그 방이, 돌아보면 제가 가장 정직하게 일하던 자리였습니다.

번듯해진 다음이 아니라, 작았던 그 시절에 쌓은 글들이 지금의 저를 데려왔거든요.

만약 지금 일곱 평짜리 사무실에 앉아 천장을 보고 있는 변호사가 있다면, 한 가지만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 밤, 방을 넓히는 상상 대신 글 한 편을 써 보시는 것.

그 글은 평수를 따지지 않습니다. 다 쓰고 나면, 내가 다른 사건에 매여 있는 밤에도 조용히 누군가를 4층까지 올라오게 만듭니다. 그게 빌린 신뢰가 아니라, 내가 쌓은 자산입니다.

물론 그 한 편으로 내일 당장 무엇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길 하나일 뿐이고, 걷는 건 본인 몫입니다.

그래도 그 길은, 방의 평수와 상관없이 같은 크기로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작은 사무실 변호사는 자존감을 어떻게 지키나요

자존감을 사무실 규모에 두면 평수에 따라 매일 흔들립니다. 스스로 쌓은 글과 기록에 두면 방의 크기와 무관해집니다. 비교의 밤이 힘들다면 남과 비교하는 밤을 함께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1인 사무실이라 작아 보이는 게 수임에 불리한가요

첫인상에서 손해를 보는 자리는 있습니다. 다만 전화가 곧장 변호사에게 닿는다는 가까움은 작은 사무실의 강점이며, 검색으로 찾아온 사람은 평수가 아니라 글을 보고 옵니다. 자세한 내용은 혼자 하는 사무실에 적었습니다.

전관도 없고 사무실도 작은데 버틸 수 있을까요

규모와 인맥은 출발선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검색에 쌓는 통로는 둘 다와 무관하게 한 사람을 발견시켜 줍니다. 전관이 없다는 출발선에서 같은 고민을 이어 짚었습니다.

급히 연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글 두세 편 더 읽어 보시고, 마음이 가라앉은 뒤에 전화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관점을 정리한 것이며, 검색 순위나 수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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