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Studio Ieum

전관이 없다는 출발선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추정으로는, 매년 새로 등록하는 변호사 가운데 절반 넘는 수가 전관도, 사건을 보내 줄 선배도 없이 출발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소수의 불운이 아닙니다.

기본값에 가깝습니다.

저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27년 동안 카메라를 들고 살았고, 한때 "소개해 주는 사람 없으면 사진가는 굶는다"는 말을 매일 들었습니다. 전관이라는 단어만 없었지, 같은 자리였습니다.

약점이라고 부르는 그 단어

전관이 없다는 건 분명 불리합니다. 그 점을 둥글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소개로 들어오는 사건은 신뢰가 이미 절반쯤 쌓인 채로 옵니다. 그 통로를 가진 사람과 출발선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싶습니다.

전관은 빌린 신뢰입니다.

선배의 이름, 법원의 인연, 누군가의 소개 — 전부 빌려 온 자산이고, 그 사람들과 멀어지면 함께 옅어집니다. 끄면 사라지는 키워드 광고와 구조가 닮았습니다. 흐르는 동안만 사람이 지나가고, 멈추면 길도 사라집니다.

없다는 게 약점이라면, 빌린 것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건 작은 자유이기도 합니다.

전관이 두터운 선배를 부러워하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은퇴하거나 자리를 옮길 때마다, 함께 일하던 후배들의 일감도 같이 줄어드는 걸 옆에서 봤습니다.

빌린 길은, 빌려준 사람의 사정에 흔들립니다.

내가 닦은 길은 그렇지 않습니다.

검색은 전관을 묻지 않는다

분쟁이 생긴 사람의 첫 행동은 점점 더 검색이 되어 갑니다.

누구에게 물어보기 전에, 밤늦게 혼자 자기 상황을 검색창에 적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되나요." 그 사람은 검색 결과에 뜬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가 전관인지 아닌지 묻지 않습니다.

자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인지를 봅니다.

여기에 출발선이 다시 그어집니다. 전관이 만든 인맥의 통로에서는 한참 뒤였던 사람이, 검색이라는 통로에서는 나란히 설 수 있습니다. 빌린 신뢰가 닿지 않는 그 자리에서는, 정직하게 쌓은 글 한 편이 이름값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광고는 끄는 순간 사라지지만, 검색에 쌓인 글은 비용을 멈춰도 그 자리에 남습니다.

이게 자산이 되는 글과 한 번 쓰고 사라지는 글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바꾸는가

마음가짐 하나만 바꾸면 됩니다. 전관이 없다는 사실을 메우려 애쓰는 대신, 전관과 상관없는 통로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든다는 쪽으로.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소개가 끊긴 해에, 제 작업을 검색하면 나오도록 글과 기록을 천천히 쌓았습니다.

빠르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검색창에 제 이름을 넣어 보고 한숨 쉬던 밤도 있었습니다.

반년쯤 지나서야 "검색하다 봤다"는 첫 연락이 왔습니다. 누가 소개해 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저를 찾아낸 거였습니다. 그게 빌리지 않은 첫 신뢰였습니다.

별것 아닌 한 통이었지만, 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그 통로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닙니다. 길 하나일 뿐이고, 걷는 건 본인 몫입니다. 다만 한 번 닦아 두면, 내가 다른 사건에 매달려 있는 밤에도 그 길은 조용히 누군가를 데려옵니다.

전관이 없다는 출발선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 출발선에서 무엇을 쌓을지는 바꿀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관 없는 변호사는 수임에서 약점이 큰가요

출발선이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의뢰인의 첫 행동이 검색으로 옮겨 가면서, 전관과 무관하게 발견되는 통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자세한 통로 만들기는 전관 없이 발견되는 통로 만들기에서 이어 짚었습니다.

전관 없이 시작하면 사건이 얼마나 걸려 들어오나요

정해진 기간은 없습니다. 검색에 쌓은 글이 자리 잡는 데는 보통 수개월이 걸리며, 사건 수나 시점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드는 통로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수임난은 전관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인가요

개인의 약점만은 아닙니다. 수임난은 구조의 문제에 가깝고, 그 안에서 개인이 다룰 수 있는 변수 하나가 발견되는 통로입니다.

급히 연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이 없을 때 해 둘 수 있는 것부터 두어 편 더 읽어 보시고, 그래도 길이 보이면 그때 전화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관점을 정리한 것이며, 검색 순위나 수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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