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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변호사로 산다는 것

작년 가을, 인구 20만이 안 되는 도시의 한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개업 4년 차 변호사였고, 책상 위에 사건 기록보다 광고 청구서가 더 두껍게 쌓여 있더군요.

"여긴 사건이 없어요." 그가 먼저 꺼낸 말이었습니다.

지방 변호사 수임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늘 그렇게 시작됩니다. 시장이 좁다, 사람이 적다, 큰 사건은 다 서울로 간다.

저도 27년 전 그 비슷한 핑계를 댄 적이 있어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사건이 없는 게 아니라 길이 좁은 것

지방에서 변호사로 살기 어려운 진짜 이유는, 사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당신을 찾는 길이 좁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도시일수록 분쟁은 더 가깝게 일어납니다. 옆집 경계 다툼, 작은 회사의 임금 체불, 가게 권리금 분쟁.

문제는 그 사람이 변호사를 찾는 첫 행동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예전엔 아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지금은 휴대폰을 켜고 검색합니다. 인구가 적은 동네일수록 입소문은 더디고, 그 틈을 검색이 먼저 메웁니다.

그러니 시장이 좁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좁은 건 시장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당신에게 닿는 통로였습니다.

그 변호사의 책상 위에서 본 것

다시 그 사무실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광고 청구서를 들춰 보니, 매달 일정한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클릭당 비용을 내는 방식이었고, 끄면 그날로 노출이 사라지는 구조였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이 동네 사람이 자기 문제를 검색하면, 변호사님 글이 한 편이라도 나옵니까."

그는 한참 말이 없다가, 휴대폰으로 자기 이름을 검색했습니다.

나온 건 광고 한 줄과, 몇 년 전 협회 명단뿐이었습니다.

광고는 끄는 순간 사라지지만, 검색에 쌓아 둔 글은 비용을 멈춰도 그 자리에 남아 사람을 만납니다.

그날 그 책상 위에서 가장 비어 있던 건 사건이 아니라, 자기 동네 사람의 말로 쓴 글 한 편이었습니다.

좁은 동네가 오히려 유리할 때

여기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지방의 좁은 시장은 약점으로만 보이지만, 검색이라는 통로에서는 거꾸로 유리하게 작동하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이혼 변호사"로 발견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경쟁이 너무 많거든요.

하지만 "○○시 상가 권리금 분쟁"처럼 지역과 구체적인 상황이 붙은 말, 이른바 롱테일 키워드는 찾는 사람이 적은 대신 경쟁도 적습니다. 검색량은 작아도, 검색한 사람은 거의 의뢰인입니다.

작은 도시에서 일하는 변호사가 자기 동네 이름과 자기가 다루는 분쟁을 글로 쌓아 두면, 그 좁은 길목을 조용히 차지할 수 있습니다.

큰 도시 변호사가 못 들어오는 그 자리에서요.

이건 빠른 한 방이 아닙니다. 글 한 편으로 다음 주에 전화가 울리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쌓인 통로는, 광고를 끈 뒤에도 당신 것으로 남습니다.

지방에 남기로 했다면

지방을 떠나야 하나, 누구나 한 번쯤 합니다. 저는 그 결정에 답을 줄 수 없습니다.

다만 남기로 했다면, 좁은 시장을 탓하는 자리에서 한 걸음만 옮겨 보시길 권합니다.

  • 내 이름과 동네를 검색했을 때 지금 무엇이 나오는지 직접 봅니다.
  • 이 동네 사람이 실제로 쓰는 말(법률 용어가 아닌)이 어디에 담겨 있는지 봅니다.
  • 광고가 멈춘 뒤에도 남는 글이 한 편이라도 있는지 점검합니다.

수임난을 더 넓게 보고 싶다면 수임난은 구조의 문제라는 말을, 오래 버티는 쪽의 이야기는 오래 버티는 데 필요한 한 가지를 함께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검색에 발견되는 글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는 검색에 노출되는 글쓰기에서, 사무실 위치를 고민 중이라면 사무실 위치보다 먼저 본 것에서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방 변호사 수임이 정말 서울보다 어렵나요

시장의 크기만 보면 그렇게 느껴집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추정으로는, 분쟁이 생긴 사람의 검색 행동은 지역과 무관하게 늘고 있습니다. 좁은 건 시장보다 통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에서는 어떤 검색어로 발견되는 게 유리한가요

지역명과 구체적인 분쟁을 붙인 롱테일 키워드가 유리합니다. 검색량은 작아도 경쟁이 적고, 검색한 사람 대부분이 실제 의뢰인에 가깝습니다.

광고를 끊으면 사건이 끊기지 않을까요

광고는 켜 둔 동안만 노출되는 통로라 끄면 사라지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광고와 별개로, 멈춰도 남는 검색 통로 하나를 함께 쌓아 두는 편을 권합니다.

급히 연락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글 두세 편 더 읽어 보시고, 마음이 정리되면 그때 전화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 가을의 사무실을 가끔 떠올립니다. 사건이 없던 게 아니라, 자기 동네 사람의 말로 쌓아 둔 길이 없었을 뿐이었지요. 나는 그 자리를 지나왔으니, 이 글이 누군가의 책상 위에서 한 번쯤 떠올랐으면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관점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결과나 수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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