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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추정으로는, 개업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이 한두 건 안팎이라고 합니다.

그 숫자 자체보다 무서운 건, 그 한 건이 끝나면 다음 한 건을 처음부터 다시 구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변호사 사무실 경영이 고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매달 빈손에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요.

매달 0에서 다시 시작하는 구조

저는 27년을 사진으로 먹고살았습니다. 그래서 이 감각을 압니다.

촬영 한 건을 끝내면 통장에 얼마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음 달 첫날이면, 그 숫자는 다시 0이 됩니다. 지난달에 아무리 잘했어도, 이번 달 의뢰가 없으면 이번 달은 0입니다.

한 건씩 좇는 일에는 끝이 없더라고요. 잘 끝낸 한 건이 다음 한 건을 데려오지 않으면, 경영은 영원히 사냥의 연속이 됩니다.

이건 사건 한 건과 다음 한 건 사이의 공백을 매번 맨몸으로 건너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스템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시스템이라고 하면 직원, 자동화, 거창한 도구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1인 사무실에서 시스템은 그렇게 큰 게 아니었습니다.

시스템은, 내가 자는 동안에도 누군가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라도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광고는 그 통로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켜는 동안만 사람을 데려오고, 끄는 순간 함께 사라집니다. 매달 같은 비용을 다시 넣어야 같은 자리에 섭니다. 그건 시스템이 아니라, 한 건 좇기를 비싸게 외주 준 것에 가깝습니다.

제가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건 다른 쪽입니다.

의뢰인이 검색할 만한 상황에 정직한 답을 하나씩 적어 두면, 그 글은 지운 적 없는 한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고 있어도, 다른 사건에 파묻혀 있어도, 그 글이 대신 사람을 만납니다.

한 건 좇기에서 통로 쌓기로

제가 사진에서 옮겨 간 순서가 이랬습니다.

처음엔 들어오는 일을 닥치는 대로 받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반복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 질문에 한 번 제대로 답을 적어 두니, 그다음부터는 그 글을 읽고 찾아오더라고요. 같은 설명을 매번 처음부터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게 제게는 첫 시스템이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 경영도 비슷하게 본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한 건 좇기는 시간을 자산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이번 달에 쓴 에너지가 다음 달에 남지 않습니다. 반면 한 편씩 쌓은 글은 사라지지 않고 자산으로 남습니다.

둘째, 통로가 하나라도 열려 있으면 0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다음 달이 완전한 빈손이 아니게 됩니다. 그 차이가 경영의 불안을 줄여 주더라고요.

작게 시작하는 셀프 점검

거창한 계획표는 필요 없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이 정도만 짚어 봐도 됩니다.

  • 지금 내 사무실에는, 광고를 꺼도 남는 통로가 하나라도 있나.
  • 의뢰인이 자주 묻는 질문 중, 글로 답해 둔 게 한 편이라도 있나.
  • 다음 한 건이 들어올 자리를, 이번 달에 한 칸이라도 만들어 두었나.

세 칸이 다 비어 있어도 괜찮습니다. 저도 한참 비어 있었으니까요. 다만 수임을 늘리기보다 쌓기로 방향을 바꾸면, 비어 있던 칸이 하나씩 메워집니다. 월 한 건이라는 숫자 앞에서 조급해지는 마음도 그제야 조금 가라앉고요.

자주 묻는 질문

변호사 사무실 경영, 무엇부터 손대야 하나요

다음 한 건을 어디서 구할지보다, 다음 한 건이 흘러들 통로를 만드는 일부터 봅니다. 광고를 꺼도 남는 통로가 하나라도 있는지 점검하는 게 시작입니다.

1인 사무실에 시스템이라는 게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시스템은 직원이나 자동화가 아니라, 자는 동안에도 누군가 나를 발견할 통로가 한 가지라도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글 한 편으로도 시작됩니다.

광고를 쓰면 경영이 시스템화되나요

아닙니다. 광고는 켜는 동안만 사람을 데려오고 끄면 사라지므로, 매달 다시 비용을 넣어야 합니다. 사라지지 않고 쌓이는 통로라야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저도 한동안은 다음 한 건을 어디서 구할지만 생각했습니다. 통로를 쌓는다는 발상은 늦게야 들어왔어요.

급히 연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글 두세 편 더 읽어 보시고, 그래도 이야기 나누고 싶으실 때 전화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통로를 쌓는다고 다음 달이 곧장 채워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걷는 건 결국 본인 몫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관점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한 수임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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